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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찬의 시마당<흰뼈의 방>

  • 기사입력 2020.10.21 09:25
  • 기자명 안재찬
▲ 안재찬 시인

                               흰뼈의 방

                                                  문봉선

 

 

                         흰초가 타고 있다.

                      그 극한의 검은 뼈를 태우고

살을 녹인 방안공기를 빨아들여

아무도 없는 어둠속에서

온몸 노래하여

고독을 즐긴다, 방안을 휘감는 연기는

황홀한 흰밤, 어둡지가 않다.

 

흰눈 겨울에 취해 빙판길

미끄러져도

비틀거리며 뛰어온다, 나는.

 

빈방 고요 어둠은 홀로 묵언 정진 중이다.

 

초는 제몸을 태워 불빛을 뿜어낸다. 감성의 눈은 황홀감에 마음 한자락이 젖는다. 눈 내린 빙점하 겨울이다. 빙판길은 흰뼈로 변주된다. 시인은 흰눈에 동공을 모으고 거리마다 골목마다 얼어붙은 눈길을 한눈팔다 미끄러져 비틀거리지만 우울한 표정보다는 밝은 표정으로 걷는다. 어둔 빈방에서 묵언 정진중인 홀로의 시간 수행자는 화자 자신임을 암시하고 있다. 창밖은 신천지다. 칼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얼음길이 번들거리고 위태하다. 빈방에는 어둠을 태우는 고요, 흰 초 하나가 평화를 기도한다. 사노라면 때때로 삐걱거리며 욱신거리는 세월이 그 얼마였으랴. 계절을 말없이 지켜보며 기도하는 ‘흰 뼈의 방’ 영혼이 침잠의 겨울날과 조응하며 사색의 길을 더듬고 있다. 묵언과 묵상과 명상을 통해 시인은 자아 발견의 길 떠난다. 인도의 한 왕자는 왕궁의 삶에 흡족하지 못하여 명상을 통해 마침내 행복을 찾은 곧 붓다가 된다. 붓다가 되어 스스로 터득한 행복감을 중생들에게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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