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헌재·채동욱 등 '옵티머스 고문단' 로비 역할 주목

내부문건 “이헌재 소개로 채동욱 고문 위촉”

  • 기사입력 2020.10.09 19:48
  • 기자명 이윤태 기자

검찰의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사기' 수사가 정·관계 로비로 방향을 전환한 가운데 옵티머스의 자문단으로 활동한 인사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고위 경제관료 출신과 법조인 출신들이 옵티머스의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로비 창구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9일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옵티머스의 고문단에는 참여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헌재 여시재 이사장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이 참여했다.

실제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지난 5월 10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에는 이들 고문이 회사 운영과정에서 고비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양호 전 행장은 옵티머스가 2017년 1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적기 시정조치 적용 유예' 결정을 받는 과정에서 중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는 당시 적자누적 등으로 자본 총계가 최소 영업자본액에 미달해 적기 시정조치를 받을 위기에 몰렸다. 이에 옵티머스는 급하게 자본금 확충 방안을 마련하며 적기 시정조치 적용 유예 결정을 받았다.

문건에 따르면 양 전 행장은 옵티머스의 공공기관 매출채권 딜 소싱(Deal Sourcing·투자처 발굴)을 도와주도록 당시 골든브릿지투자증권(상상인 증권) 유모 투자센터장과 이모 대부업체 대표를 김 대표에게 소개한 것으로 나온다.

양 전 행장은 이듬해 김 대표가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와 법적 분쟁을 겪자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이규철 변호사를 소개했다고 적혀 있다.

이 전 총리는 2018년 옵티머스가 투자한 성지건설의 매출채권 일부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 서울남부지검에 수사의뢰되자 법무법인 서평의 채동욱 전 총장을 소개한 것으로 나와있다.

이후 법무법인 서평이 매출채권 검토를 담당하다가 비용문제 등을 고려해 채 전 총장이 지정한 법무법인 한송이 매출채권 확인절차를 진행했다고 문건에 기록돼 있다.

아울러 옵티머스 자금이 흘러 들어간 경기도 봉현물류단지 사업과 관련해 채 전 총장이 지난 5월 이재명 경기지사를 면담했다는 내용도 적혀있다.

이 전 총리가 추천한 모 발전소 프로젝트에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모씨가 투자를 진행 중이라는 내용, 이 전 총리의 제안으로 인프라 펀드를 진행한다는 내용도 기재돼 있다.

특히 김 대표는 문건 말미에 "금융감독원 검사 과정에서 이슈화될 경우 당사의 정상화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해 준 당사 고문들이 부각돼 게이트 사건화 우려"가 있다고 적었다.

이에 채 전 총장이 속한 법무법인 서평은 입장문을 통해 "당 법인이 매출채권 검토를 맡았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며, 한송이란 법무법인을 전혀 알지도 못한다"고 반박했다.

봉현물류단지와 관련해선 "5월경 몇몇 분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해당 단체장을 처음으로 만난 적은 있지만, 물류단지에 관한 구체적 언급이나 인허가 등에 관해서는 그 어떤 말을 꺼낸 사실조차 없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서평은 옵티머스 사건이 터진 직후인 지난 6월 자문계약을 해지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들 고문단이 옵티머스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로비 목적으로 고문 활동을 했거나 그 과정에 뒷돈이 오갔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당 문건을 확보한 검찰은 옵티머스 관련자들을 상대로 문건의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해당 문건 내 관련자를 상대로 문건 작성 배경과 취지, 사실관계를 조사해 피의자 신문조서에 남겼다"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뭉개기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해당 문건에 실명이 일부 있으나, 청와대와 정계 인사들의 실명이 적혀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수사팀은 펀드 사기가 가능했던 배경과 자금 사용처, 로비 의혹 등을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