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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찬의 시마당>후회 같은 건

  • 기사입력 2020.09.19 21:06
  • 기자명 안재찬 시인
▲ 안재찬

 후회 같은 건

                           정민호

지금까지 살아 왔는데
무슨 후회가 있으랴

젊은 시절 욕망의 계곡을 넘어
비 오는 거리를 헤매 왔지만,
그 괴로운 날의 추억도 후회하지 않으마.

한때는 무엇이 되고파
그걸 이루지 못한 슬픔도
지금은 기억 속에 묻히고 말았다
슬픔 대신 기쁨이 여기에 있을 뿐,

인생의 짐을 내려놓는 날
후련한 몸으로 떠날 수 있게
지금 후회 같은 건 하지 않으마.

후회는 이전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이다. 솔로몬은 말했다 “이것 또한 지나가거라.” 젊은 시절에 욕망의 계곡을 넘어 괴로운 날 그 얼마였으며, 한때 무엇이 되고자 방아쇠를 당기던 무모한 행위는 또 얼마였던가. 슬픔의 날은 무수한 강물로 흘러갔으리라. 지금, 시인은 노을이 이마에 걸려 있는 내리막길에 서 있다. 인생의 짐을 하나하나 내려놓고 이승을 떠날 날은 가벼웁게, 후련하게, 기쁘게 그렇게 후회없이 마무리하고 싶은 게다. 시인은 후회는 부질없는 것이므로 겨울 지나 봄 단장하는 마음으로 마침표를 찍고 우주로 이전을 소망하고 있다. 이는 일찍이 정신건강을 터득한 시간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알맞은 감정 조절을 익히는데 달관의 경지를 보여준다. 노익장의 지혜가 시구마다 반짝인다. 노년에 있어야 할 3가지는 관절과 일, 그리고 관계이다. 튼튼한 다리와 자신만의 일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갈 일이다. 후회 같은 건 하지 말고./안재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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