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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외교부 뉴질랜드 성희롱 대응에 문제"

"가해자 부하가 인사위에…공정성 담보 의문"

  • 기사입력 2020.09.11 11:28
  • 기자명 이경 기자

한국 외교관의 주뉴질랜드대사관 현지인 직원 성희롱 사건에 대한 외교부의 그간 대응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11일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진정인(피해자)은 A 외교관이 2017년 11월 두 차례에 걸쳐 엉덩이, 허리 벨트와 배, 성기를 만졌고, 대사관에 이를 알린 뒤인 2017년 12월 21일에도 가슴을 더듬어 2차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진단을 받았지만, 대사관이 분리조치, 휴가처리, 의료비용 등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며 개선과 금전적 보상을 요구했다. 진정인은 7만781 뉴질랜드 달러(약 5천500만원) 상당의 의료비 확인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A 외교관은 대사관 근무 당시 진정인이 문제를 제기하자 1차 성추행을 사과하는 이메일을 보냈고, 이후 대사관 조사에서 신체접촉을 인정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에서는 "서로의 관계 회복을 위해 미안하다고 한 것이지 성추행에 대한 사과는 아니었다"며 "성추행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누명을 쓴 자체로 고통을 느껴야 했고, 가족도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A 외교관이 대사관에 제출한 소명서 등을 근거로 신체접촉을 성희롱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성기 접촉에 대해서는 "사건 발생 후 상당한 시일이 지난 시점에 이러한 주장을 해 진정인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인정할만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봤다.

진정인은 2017년 12월 4일 대사관, 2018년 10월 31일 외교부 감사관실, 2018년 11월 27일 인권위에 이 사건을 진정할 당시 성기 접촉을 언급하지 않다가 2019년 8월 27일 처음 주장했으며, 조사 과정에서 폐쇄회로(CC)TV 영상은 확보되지 않았다.

◇ 가해자 부하직원 등으로 인사위 구성…"공정성 담보한 매뉴얼 마련" 권고

인권위는 외교부가 진정인의 신고 접수 이후 한 조치에 대해 "외교부가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외교부는 2017년 12월 21일 A 외교관이 필리핀으로 전출될 때까지 2개월간 진정인에게 특별휴가를 부여하고 A 외교관에게도 강제 휴가명령을 내렸다. 진정인에게 전문의 상담을 권유하고 인권위와 고용노동부 등 구제기관을 안내했다.

다만 인권위는 진정인이 휴가에서 복귀한 직후인 2018년 1월 15일부터 18일까지 4일간 진정인과 A 외교관이 같이 근무하는 등 충분한 분리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대사관이 A 외교관을 상급자로 둔 공관원들로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A 외교관을 경고 조치한 것에 대해 "결과와 상관없이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성희롱 피해자인 진정인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

할 우려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대사와 공관원 2명, 대사관 고충담당자 등 총 4명으로 인사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전체 공관원이 A 외교관을 포함해 5명뿐이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A 외교관이 진정인에게 1천200만원을 지급하고, 외교부는 재외공관에서 성희롱 발생 시 조사 및 구제에 대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진정인은 2019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유급병가를 사용했으며, 올해 5월 14일부터 무급병가 중이다.

외교부는 진정인과 계약서상 성과평가 연속 2회 최하등급을 받으면 (고용)계약을 해지하게 돼 있는데 진정인이 최근까지 연속 4회 최하등급을 받았음에도 2019년 6월 26일 계약을 1년 재연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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