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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유충' 발견 신고 전국서 속출…'국민 불안감' 확산

인천 187가구 피해, 서울과 대전·경기·부산·울산 등 신고 잇따라

  • 기사입력 2020.07.21 18:59
  • 기자명 차수연 기자

인천과 경기 지역에서 수돗물 유충 발견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대전, 울산,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연일 유충이나 벌레가 나왔다는 신고가 잇따라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 인천 부평정수장과 부평권역 배수지 3곳에서 죽은 깔따구 유충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된 가운데 20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지역 상수도관과 연결된 한 소화전에서 인천상수도사업본부 북부수도사업소 직원들이 수질을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는 최초 유충이 발견된 정수장과 같은 정수 설비가 적용된 정수장 일부에서 유충이 발견되자 전국 정수장을 대상으로 긴급 전수조사를 벌이고 보완조처를 지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 서울·대전·부산·울산 '유충·벌레 나왔다' 신고 잇따라

 21일 서울 양천구 다세대주택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조사에 나섰다.

양천구 한 다세대주택 주민 A씨는 "오늘 오전 5시께 샤워를 마친 후 화장실 바닥에서 살아있는 1㎝ 정도 길이 검은색 유충 한 마리가 꿈틀거리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A씨는 상수도본부에 신고했고, 본부는 유입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동작구 상도동의 한 아파트 주민 B씨도 전날 오후 9시 30분께 욕실 샤워기에서 붉은색 유충이 나왔다고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민원접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신고했다.

B씨는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씻고 마시는 물이 이러면 어떡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19일에도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은 상수도본부가 현장조사 후 유입 경로를 분석했다.

본부는 해당 오피스텔 수돗물 시료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수도관이 아닌 다른 요인으로 유충이 나왔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전에서도 수돗물 유충 신고가 잇따랐는데, 20일 오후 서구 괴정동 다가구 주택 주민이 "부엌 싱크대 개수대 안에 수돗물 유충으로 추정되는 벌레가 있다"고 신고했다.

상수도본부는 이 벌레가 최근 문제 된 깔따구 유충이 아니라 나방파리 유충일 것으로 추정했다.

수돗물에서 나온 게 아니고 개수대 밑에서 올라온 유충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구에서도 신고가 2건 접수됐으나, 모두 채소를 씻던 중 나온 벌레로 확인되기도 했다.

경기 안양시에서도 20일 박달동 한 아파트 세면대에서 받은 수돗물에서 유충을 발견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지만, 확인 결과 이 유충은 수돗물이 아닌 건물 외부에서 유입된 곤충의 유충으로 나타났다.

울산 중구와 울주군 지역 아파트에서도 20일과 16일 각각 유충과 벌레를 발견했다는 신고에 따라 상수도본부가 조사했지만, 외부 유입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유충인 거 같다고 신고한 아파트 주민 집에서 확인한 유충은 유충인지 이물질인지 명확하지 않았고, 벌레는 이끼 등에서 서식하는 결합류(結合類) 종류여서 물에서는 나올 수 없는 종으로 확인했다.

부산에서도 유충 의심 신고가 20일 하루에만 8건 더 접수돼 19건으로 늘었다.

추가 신고 모두 가정 내 싱크대나 세면대 하수구나 물탱크, 저수조 등지에서 유충 추정 이물질이 발견된 것으로 상수도본부는 파악했다.

한 지자체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수돗물에서 벌레가 나온 것으로 오인하지만, 여름철 주변 하천과 하수에서 서식하던 성충들이 외부에 받아놓은 물통 등에 산란한 것"이라며 "최근 나방파리 유충을 깔따구로 오인한 신고가 전국적으로 많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인천 부평정수장 유충 확인…환경부, 정수장 7곳서 유충 발견

인천 부평구와 계양구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폐쇄형' 부평정수장에서 발견된 유기물은 유충인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부평정수장에서 채취된 것은 벌레(유충)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앞서 한강유역환경청은 부평정수장 내 깊이 2.5m인 활성탄 여과지(濾過池)의 깊은 곳을 채취할 수 있는 장비를 이용해 조사한 결과, 깔따구 유충 추정 물체 13마리를 발견했다.

이 중 폐쇄형인 부평 제1정수장에서 11마리, 폐쇄형이 아닌 제3정수장에서 2마리가 확인됐다.

유기물인 해당 물체가 죽은 깔따구 유충으로 추정되자 전문기관에 보내 현재 분석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인천지역은 지난 9일 서구 왕길동 모 빌라에서 수돗물 유충이 처음 발견된 이후 20일 오후 6시 현재까지 187가구에서 발견됐다.

일별로 보면 지난 9∼12일 각각 1건, 13일 8건, 14일 23건, 15일 55건, 16일 21건, 17일 18건, 18일 20건, 19일 17건, 20일 21건 등 발견 건수가 매일 꾸준히 20건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인천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이 유래한 것으로 지목된 인천 공촌정수장 외 6개 정수장에서도 유충이 일부 발견된 것으로 확인했다.

환경부는 공촌정수장에 적용된 정수 설비인 활성탄 여과지(활성탄지)가 설치된 전국 정수장 49곳을 15∼17일 긴급점검한 결과 인천 공촌정수장을 포함한 7곳 정수장에서 유충이 일부 발견됐다고 밝혔다.

활성탄지는 인천 수돗물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이 번식한 장소로 추정되는 지점이다.

활성탄지에서 부화한 유충이 걸러지지 못한 채 정수장과 배수지를 거쳐 가정까지 흘러갔다는 것이다.

공촌정수장 외에 활성탄지에서 유충이 발견된 또 다른 정수장은 인천 공촌·인천 부평·경기 화성·김해 삼계·양산 범어·의령 화정·울산 회야 정수장이다.

이들 정수장 가운데 김해 삼계·양산 범어 정수장은 활성탄 여과지 표층에서, 의령 화정 정수장은 모래 여과지에서 물벌레 등 수생 생물 3∼7마리가 나왔다.

그러나 여과 과정을 거친 수돗물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해·양산시는 해당 활성탄 여과지 운영을 중지하고 활성탄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점검 대상 정수장 중 12개 정수장은 방충망 미설치 등 운영상 문제가 지적됐다.

인천 이외 지역은 활성탄지 표층에서 유충이 발견됐으나, 정수장 후단의 배수지나 수돗물을 사용하는 가정에서는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

관로 말단에도 거름망을 설치해 확인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유충이 나오지 않았다.

환경부는 문제가 지적된 정수장들에 23일까지 보완조치를 완료하고 그 사항을 환경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환경부는 공촌과 부평정수장 계통에서의 유충 추가 발생은 차단됐으며, 급·배수 관로 상에 남아있는 유충만 배출되면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환경부는 전국 일반 정수처리장 435개소 역시 17일부터 긴급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번 주 중 완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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