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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화평법’이라는 경제단체의 진단이 틀린 이유?

코로나 핑계로 재계의 숙원을 공익으로 포장

  • 기사입력 2020.04.05 19:24
  • 기자명 차수연 기자

최근 전경련과 경총, 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가 일제히 화평법 완화를 주장한데 대해 이는 코로나로 핑계로 재계의 숙원을 공익으로 포장하려는 의도라며 환경운동연합이 반박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40여개의 입법 과제를 제안했고 이어 25일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긴급제언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코로나19가 불어온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화평법)도 주52시간제, 최저임금인상 등과 함께 대표적인 반 기업정책이 되었다.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전경련과 경총, 중소기업 중앙회까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총은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을 문제 삼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새로운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려는 기업은 환경부에 시험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 기준이 연간 100kg(0.1톤)이상 취급하는 업체로 되어있는데 이것이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전경련도 신규물질에 대한 등록 기준을 1톤 이상으로 완화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화학물질은 현재 1톤 이상 모든 물질을 등록하도록 되어있는데, 유해화학물질과 중점관리물질로만 등록하자고 요구한다. 또한 이미 면제되고 있는 연구개발용(R&D) 물질에 대해서는, 면제 절차를 위한 서류 제출조차도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긴급제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또 다시 줄여야만 하는 비용의 문제로?

결국 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하는 것과 직결된 안전 관리가, 또다시 줄여야만 하는 비용의 문제로만 취급받는 분위기다. 벌써 다 잊었는가? 이 법이 만들어지기 위해, 가습기살균제 참사라는 커다란 비극이 있었다.

정부에 신고 된 피해자만 6,757명, 그리고 1,532명이 목숨을 잃었다. 피해는 아직도 늘어나고 있다. 이 사건이 공론화 된지도 올해로 10년째다.

재계는 애초부터 화평법을 원하지 않았다. 법안이 만들어지던 2013년에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환경규제가 늘어나면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였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가해기업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회원단체라는 점도 무관할 수 없을 것 같다.

사회적 책임보다 업계의 이익을 우선시 한 재계

그 뒤에도 화학물질 안전관리법제들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에는 뜨거웠던 일본 수출규제사태를 등에 업고, 기술독립을 명분삼아 연구개발용 물질에 대한 등록절차 간소화를 관철하기도 했다. 재계는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업계의 이익을 수호하는 로비스트로 활약하고 말았다.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하자는 캠페인이 많다. 지금도 많은 시민들이 감염병의 확산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고, 정부와 의료진들도 고군분투 중이다. 적극적인 대처로 국내 방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분명 신종 감염병이 불러온 경제적 어려움도 함께 극복해야 할 대상일 텐데, 재계의 제언들을 살펴보면 잘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이 있다. 위기극복이란 구호를 외치지만, 결국 재계의 숙원을 공익으로 포장한 것으로 보이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참사 이후에도 화학물질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당장 3월에만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큰 폭발사고가 있었다. 화학사고로 인명피해의 일상화되는 비극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재계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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