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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난은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

이주민·인권·노동 단체, 이주민 차별·배제하는 재난지원금 정책 인권위에 진정

  • 기사입력 2020.04.02 17:05
  • 기자명 은동기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외국인 이주민들이 배제된 것은 차별행위이자 인권침해라며 시민단체들이 이를 규탄하고 이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주민, 인권, 노동 단체들은 2일 국가인권위원허ㅚ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경기도의 재난지원 정책에서 이주민들이 배제된 것은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 은동기 기자

약 50여개의 이주민, 인권, 노동 단체들은 2일 오후 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 대책과 경기도의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원 대책에서 이주민들이 배제된 것은 차별행위이자 인권침해라고 규탄하고 이를 즉각 시정하고 국가나 인종에 따른 차별이 없는 재난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서울시의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 조건은 외국인의 경우, ▲서울시 거주자, ▲외국인 등록이 되어 있는 자, ▲한국 국적자와 혼인 또는 가족관계에 있는 자에게 지원하도록 되어 있으며, 경기도의 경우, 외국인은 재난기본소득 지급 대상에서 아예 제외돼 있다.

이에 대해 진정인들은 <지방자치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안에 주소를 가진 자는 그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19세 이상의 주민으로써 영주권을 취득한 외국인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주민’의 개념에는 외국인도 일응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정인들은 또 재난적 상황에 대한 긴급생활비 지원의 기준이 한국인과의 가족관계 유무가 되어야 할 합리적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며,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생계의 위협을 받는 것은 외국인이라고 하여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이주민들은 지금까지도 기존의 사회복지 수급대상에서 제외돼왔고, ‘국가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진정서를 통해 포르투칼, 홍콩, 일본 등이 외국인에 대해서도 내국인과 차별 없이 지원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포르투칼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의료보험의 적용을 위해 모든 이주민과 난민에 대해 임시로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홍콩은 영주권자와 저소득 신규 이민자에게 1인당 약 155만원 상당의 직접 소득을 지원하기로 했고, 일본도 2009년 경제위기 당시 ‘정액급부금 제도’를 시행, 일본에 주소가 있는 자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등록이 된 외국인 체류자에게도 1인당 1만 2천엔(약 13만 9천원)을 지급하여 경기 활성화를 도모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포르투칼, 홍콩, 일본 등 외국인도 내국인과 차별 없이 지원

그러면서 “지자체가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을 ‘주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보다 더 큰 후유증을 남기는 위험한 선택”이라고 지적하고, 이 정책으로 인해 진정인들의 평등권이 침해됐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훼손됐으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도 보호받지 못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는 이집트 난민 신청자 하산 함디 아흐메드씨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재난 긴급지원 정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이들을 배제한 불충분한 정책이라며, “우리는 한국에 들어온 순간부터 한국사회의 일부가 됐다. 게다가 바이러스는 한국인과 이주민을 구분하지 않으며 경제적 위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왜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는 우리를 위한 명확한 계획이나 결정이 없는 것인가. 우리는 이주민이며 난민신청자이지만, 동시에 사람이며 최소한의 인권보장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난민 신청자 하산 함디 아흐메드 씨 © 은동기 기자

그는 또 “만약 내가 마스크도 구할 수 없다면 어떻게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 사회를 보호할 구 있겠는가. 우리 이주민과 난민신청자는 애초에 한국의 여러 사회보장정책에서 배제됐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긴급 생활비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한국사회가 강한 결속력으로 알려져 있듯이 이 시기를 이겨낼 유일한 방법은 단결하여 국적과 무관하게 모두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인 동포 박연희씨는 이주민도 내국인과 똑 같이 세금을 내고 있으며 한국사회에 공헌하고 있는 사회의 일원이라고 강조했다.   © 은동기 기자

경기도에 7년여 동안 거주하고 있는 중국 동포 박연희 씨는 경기도의 ‘외국인 인권지원에 관한 조례’ 2조 1항은 ‘경기도내 거주하는 모든 외국인은 대한민국 국민과 동등한 인격체로 국적과 피부색, 인종과 종교,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어느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다면서 “이주민도 내국인과 똑 같이 세금을 내고 있으며 한국사회에 공헌하고 있는 사회의 일원이다. 재난 시에 한국인과 이주민이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행위로 이는 단지 이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차별이 만연되고 정당화되고 있는데 대해 한국사회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 사회의 기둑권이 소수자 집단을 자신의 이익을 빼앗는다고 낙인을 찍고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이주민 배제정책은 차별이다’ ‘재난지원 이중차별 시정하라’ ‘재난지원 평등하게 지원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자스민 정의당 이주인권특별위원장  © 은동기 기자

이자스민 정의당 이주인권특별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에게 우리 이주민은 투명인간인 것 같다”면서 “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이 10%가 넘는 시·군·구가 10곳이나 된다. 제조업체, 농촌 등지에서는 이주노동자 없이는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이처럼 이주민은 사회의 엄연한 한 구성원으로 존재하지만,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 이주민은 보이지 않는 투병인간이다. 재난은 인종,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사회구성원들에게 보편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은 모든 외국인에게 긴급지원금을 지급하고, 포르투칼에서는 난민에게 임시 시민권을 부여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면서 “위기상황에 처한 이주민에게 보호 등 비자발적 사회보장제도 마련할 것을 명시한 지난해 국가인권위의 제2차 이주민 가이드라인을 인용하고 ”며칠 전 발표된 정부의 지원방안에는 이주민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는 등 이주민에 대한 불평등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이주민 인권보호의 마지막 보루인 국가인권위원회는 위기상황에 처한 이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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