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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친밀한 관계 남성에 의해 여성 최소 88명 살해
한국여성의전화,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 결과 발표
 
김하늘 기자   기사입력  2020/03/07 [10:41]

“지난 11년간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 최소 975명, 미수 포함 1,810명,
 국가는 여전히 가장 기본적인 통계를 내고 있지 않아“


가정폭력을 사회적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기 위한 법이 시행되고 있고, 유엔에서도 한국정부에 대해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심의를 통해 가정폭력처벌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하고 있는데도 여성의 생존권과 직결된 중요한 법안이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수 십 년간 국회에서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여성의전화(공동대표 고미경, 박근양. 이하 ‘여성의전화’)는 6일, 지난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언론 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 결과를 통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최소 88명, 살인 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108명으로 나타났으며, 피해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33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분석에 따르면 최소 1.8일에 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인까지 포함하면 1.6일에 1명이 혼인이나 데이트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한 것이다.

 

여성의전화는 이 통계는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수치이며,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실제 피해 여성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수> 

  © 한국여성의전화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전 연령층에서 나타나

 

분석 결과는 혼인이나 데이트관계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연령은 50대가 18.4%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20대와 40대가 13.8%로 동일하게 나타났고, 30대가 12.8%, 60대가 7.1%, 70대가 4.1% 순이었다면서 “여성살해는 다양한 연령층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체 피해자 229명 중 33명(14.4%)이 피해자 주변인인 피해자의 자녀와 부모, 현재 파트너, 친구 등이었다. 이는 가해자의 폭력이 친밀한 관계에 있는 여성 이외에도 그 여성과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는 사람에게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분석을 보면 주변인 중 피해 여성의 자녀에 대한 피해가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피해 여성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미성년의 자녀를 납치하거나 살해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통제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가해자가 진술하는 범행 동기를 살펴보면, 피해 여성이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거나 가해자의 재결합 및 만남 요구를 거부해서’가 58명(29.6%),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 이를 문제 삼아’가 25명(12.8%), ‘자신을 무시해서’ 17명(8.7%), ‘성관계를 거부해서(성폭력)’ 3명(1.5%)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이 말을 듣지 않았거나 가부장적인 성역할을 벗어나는 등 남성인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났을 때 남성은 이 여성을 ‘죽여도 된다’는 인식이 반영된 범행 동기이다.

 

                 <범행 동기에 따른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수> 

  ©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의전화는 또 ‘사소한’ 이유로 “홧김에” “싸우다가 우발적으로”(29.6%) 여성을 살해하는 등 대부분이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나 재판부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거나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점 등을 이유로 감형하기도 했다고 지적하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폭력이 있는 등 피·가해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해 온 폭력의 맥락은 고려하지 않고 ‘계획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자는 ‘폭행치사’ ‘과실치사’ 등 살인죄에 비해 경한 죄목을 적용받거나 감형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체 피해자 중 37명은 가해자의 살해행위 전에 스토킹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들은 집요하게 만남과 재결합을 요구하며 피해자를 스토킹했으며,  이는 살해행위로 이어졌다. 가해자들은 생활 통제부터 협박, 폭행, 납치 등 다양한 스토킹범죄를 저지르며 피해자들의 목숨까지 빼앗고 있다. 스토킹범죄 피해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주변인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 분석에서도 나타나듯이 스토킹범죄는 살인에 이르게 하는 중대한 범죄임에도 입법의 공백과 수사기관의 인식 부족으로 인해 피해자들은 자유로운 생활 형성을 침해받으며 생명권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는 최소 975명으로 나타났다. 살인 미수까지 포함하면 1810명, 피해자의 주변인까지 포함하면 2229명이다. 1.8일에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한 것이다.

 

여성살해 피해자 수는 2012년부터 매년 2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많은 수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공식적인 통계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언론 보도를 통해 짐작만 할 뿐이지, 여성 대상 범죄가 어떤 관계에서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지 기본적인 실태조차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2009-2019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수> 

  © 한국여성의전화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인권보장을 최우선으로 해야

 

지난 2018년 11월 25일 UN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발표한 ‘전 세계 살인 연구: 여성과 소녀에 대한 젠더 관련 살인’에 따르면 전 세계 살인범죄 중 친밀한 관계의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의 82%가 여성, 18%가 남성으로 나타났다. 이는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 문제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며, 이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문제임을 드러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국가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한국에서는 1998년부터 가정폭력을 사회적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기 위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 법이 우선시하는 목적은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가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인권 보장보다는 가정을 다시 ‘가꾸기 위해’ '상담'으로 가해자의 처벌을 면제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를 조장하는 등 피해자를 위험에 그대로 방치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의 기조는 데이트관계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 문제에도 비슷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에 2018년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제8차 여성차별철폐협약에 대한 정부의 심의를 통해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을 피해자 및 가족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더불어 합당한 가정폭력 범죄의 해결 및 처벌을 위해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폐지 및 화해·중재를 통한 해결 금지, 가해자의 법적 처벌 보장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권고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는 확인하기 어렵고, 추진 속도도 더디기만 하다.

 

그러면서 여성의전화는 이처럼 국가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과 여성살해의 문제 해결을 도외시하는 동안 매년 수백 명의 여성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가정폭력처벌법 목적조항 개정, 스토킹처벌법 제정 등 여성의 생존권과 직결된 중요한 법안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수 십 년간 국회에서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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