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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시마을] 내 안에 빈 방 하나

  • 기사입력 2020.02.22 10:54
  • 기자명 안재찬/시인

 내 안에 빈 방 하나
               
                           안혜초

내 안에 빈 방 하나
마련해 두었지요

그대 언제든지 마음내키는대로
들어와서 쉴 수 있는 방

누울 수도 잠들 수도
노래 부를 수도 있는 방

내 안에 오직 그대만을
위한 빈 방 하나

그렇게 마련해 두었지요

어머니의 자궁처럼 포근하고
어린시절 뒷숲처럼 뒹굴게 좋은

내 안에 빈방 하나를 둔다. 잊지 못할 사랑 하나를 가두고 싶다는―시인의 감성이 봄날 여린 풀잎처럼 맑고 싱그럽다. 언제든지 빈방에 들어와 쉬고, 눕고, 잠들고, 노래도 부를 수 있는 그런 방을 마련해 두었다고 시인은 운을 뗀다. ‘내 안에 오직 그대만을’ 위한 빈 방 하나 그것은 그리움이고 목놓아 부르는 애가다. 사랑이여 어서 오라, 와서 추억을 뒹굴자고 빈 방은 주소 불명의 초대장을 띄운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추억거리 부자가 된다. 한때 소나기 퍼붓듯 뜨겁다가 서늘히 식어간 그리움, 잉걸불보다 더 강렬한 사랑 하나를 가슴속 지니고 불면의 밤을 뒤척인다. 돌아올 기미가 없는 옛 이름을 소환하며 제2의 필명이 되어버린 빈방 안혜초 시인은 그리움을 찾는다. 소녀적 감성이 빛 부셔 정신과 의사로부터 판정받아 시인은 만년 소녀의 길을 가고 있다. 부럽다.

안재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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