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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시민행동, 안태근 무죄판결한 대법원 판결 규탄

여성 노동자들의 외침에 원점회귀로 답한 후안무치한 판결

  • 기사입력 2020.01.15 00:46
  • 기자명 이경 기자

지난 9일 대법원이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자행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던 1, 2심의 판결을 뒤집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한데 대해 시민사회가 격앙하고 있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은 13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을 무죄 방면한 대법원을 규탄했다.  

#미투 운동 이후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대응을 위해 350여개의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하 미투시민행동)'은 13일 오전 11시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태근 전 국장을 무죄방면함으로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외면한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규탄했다.

검찰 고위층에 의한 성폭력, 계속 방치되어야 하는가?

첫 발언에 나선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송 처장은 이어 “검찰 고위층에 의한 성폭력이 반복된다는 사실은 매우 유감스럽게도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면서 “성폭력을 저질러도 조직이 이를 비호하고, 은폐하고, 개탄스럽게도 이러한 시도가 지속적으로 성공해왔다고 할 때 조직의 어느 누가 성폭력이 범죄임을 인식하고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학의 성폭력 사건이 당시에 제대로 처리됐다면 안태근 성폭력 사건이 있었겠으며, 그 전에 차마 수면 위로 올라오지도 못한 부장검사들에 의한 성추행 사건들, 제대로 해결됐으면 그다음 사건들이 있었겠는가. 소위 성접대라 불리는, 사실상 성착취이자 성폭력인 것들을 여전히 문화로 포장하여 즐기면서 이건 성폭력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으며, 여성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으면서 여성 피해자들에게 공감할 수 있겠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우리는 미투운동 이후 피해자가 숨고 가해자가 당당한 세상. 피해자가 일상을 빼앗기고 가해자가 득세하는 세상 이전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번 판결은 한국 사회를 미투 이전으로 원점 회귀시키려는 후안무치한 판결이며, 대법원 발 남성 카르텔의 역공”이라고 비판했다. 

배 대표는 2018년 여성노동자회가 운영하고 있는 평등의전화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상담 내담자 가운데 무려 60.4%가 2차 피해를 호소해 왔다며 “이는 매우 심각한 수치로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으로 이미 2018년 개정 시행된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유형별로 세분화하여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모두가 안태근은 유죄이며, 직권남용이라고 하는데 대법원에서만 아니라고 한다”며, “이번 판결에 대한 반응은 분노 유발에서 그치지 않으며, 그 판례가 가져올 변화와 퇴행이 문제적”이라고 우려했다.  

김 국장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우려되는 첫 번째 문제로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금지한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고평법) 14조 2항이 무력화될 수 있으며, 두 번째로 미투 운동을 통해 바꾸고자 했던 불평등하고 위계적이고, 폭력적인  직장문화에 변화가 나타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예지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위원회 청년위원은 “대법원 판결은 가해자 안태근의 보복 행위를 ‘재량’으로 포장하며 면죄부를 줬다”며 “어느 곳보다 정의로운 판결에 앞장서야할 대법원은 사회의 요구에 역행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성범죄와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는 성폭력 문제는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사회, 여성이 ‘살 수 없는’ 사회임을 보여준다며 “이제는 우리 사회가 용기 있게 말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하며, 젠더권력을 기반으로 한 여성폭력 문화를 종식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법원이 인사를 ‘재량권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판단한데 대해 “이 말은 낫 놓고 기역이라고 부르는 판결”이라며 “그 낫을 누가 어떻게 들고, 평소에 써온 방식과 전혀 다르게, 과정도 유래없이 무리스럽게, 검찰인사위원회의 결의사항을 어겨 가며 휘둘렀는지에 대해 판단하도록 기소된 사안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성폭력과, 조직내 성폭력 문제제기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통한 무마 은폐, 입막음을 사법부가 제대로 파악하고 들여다봐야 하는 책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폭력은 이제 쉽게 할 수 없는 행위이고, 성폭력이 발생해도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고, 가해자는 처벌되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사회를 향해 갈 것이며 퇴행은 없다”고 잘라 말하고 사법부의 제대로 된 응답을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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