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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상속공제 개편안, 실효성에 중점을 둬야

  • 기사입력 2019.06.14 10:13
  • 기자명 발행인

가업(家業)상속공제 혜택을 받는 중소ㆍ중견기업의 업종ㆍ자산ㆍ고용 유지 의무기간이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된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11일 중소·중견 기업의 가업상속을 지원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을 내놓았다. 사후관리 기간 변경 외에도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소분류’에서만 허용했던 업종 변경 범위도 ‘중분류’로 확대한다. 중견기업의 경우 상속 당시 정규직 근로자 수의 120% 고용유지 의무를 100%로 낮추기로 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100년 전통의 명품 장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로 1997년 도입됐다.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이나 매출액 3000억 원 미만 중견기업을 상속할 시 가업상속재산가액의 100%(최대 500억 원)을 공제해 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에 따라 상속세를 공제받을 경우 상속인은 10년 동안 휴업·폐업, 업종변경, 가업용 자산 20% 이상 처분이 금지되며, 지분과 고용을 100%(중견기업은 120%) 유지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수차례 개정되며 적용 대상과 공제 규모가 지속해서 확대됐다. 하지만 제도 이용은 미미한 증가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제도 도입 초기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간 공제 건수가 40∼50여건에 그쳤으며, 최근 3년을 보더라도 2015년 67건, 2016년 76건, 2017년 91건으로 이용이 저조했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가업상속공제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혜택을 받는 기업이 적다고 주장하며 공제 요건 완화를 요구해 왔고, 정부가 이번에 공제 제도의 사후관리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고 요건을 완화하는 개편안을 내기에 이르렀다.

이번 개편안과 관련해 시민단체에서는 '부의 대물림'을 용이하게 하는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한 것은 소수 계층만 혜택을 보게 하는 잘못된 결정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업계는 사후관리 기간 단축과 요건 완화 조치는 반기면서도 공제대상과 금액 확대 등이 빠진 데 대해 불만을 내비쳤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업계의 숙원이던 사후관리 기간과 업종유지 의무를 완화한 것을 환영 한다"면서도 "가업상속 공제대상과 금액 확대 등이 빠진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이 요구한 내용에 비해 크게 미흡해 가업승계를 추진하려는 기업들이 규제완화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가업 상속세 공제는 양날의 검과 같다. 한 쪽에선 부의 세습 강화를 경계하고 다른 쪽에서는 찔끔 땜질처방에 불과하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이 고용·투자 위축 방지를 위해 도입된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활용이 저조한 실정임을 고려해 실효성을 높이려 했으며,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자산을 양도할 경우 양도차익을 모두 합산해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등 형평성 측면의 보완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이번 공제 요건 완화가 과세 형평과 조세 정의를 훼손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다. 앞으로 국회 입법화 과정에서 부의 세습과 집중을 견제하면서도 기업의 안정적 유지로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논의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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